
찾아온 필립에게 던지는 수경의 대사에서 마지막이 보였다. 조 작가가, 노 피디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보였다.
'운명'을 믿지 않던 수경과 동욱은 결국 운명이, 운명적인 사랑이 존재한다고 믿게 됐다. 하지만 그 두 사람은 서로 다른 결정을 한다.
수경이 자신의 운명이라고 확신하는 동욱은 두 사람이 함께 있어도 힘들지 않고 슬프지 않은 곳이 필요했고 그래서 수경에게 미국행을 제안한다. 하지만 떠났다가 돌아온 옛애인에게서 '네가 내 운명인 걸 이제 알았어'라는 말을 듣는 수경은 무언가를 운명이라고 확신하는 것을 두려워한다. 동욱이와의 감정도 필립의 경우처럼 몇 년 뒤 변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수경이의 동욱에 대한 '체감운명지수'는 모든 것을 멈추고 이곳을 무작정 떠나기에는 불확실하다.
그래서 그녀는 비행기표를 건넨다. 하지만 그 결정을 내리는 수경이의 마음은 동욱에 대한 불확실함만은 아니었을 거다. 그 마음에는 '운명'의 속성에 대한 확신 같은 것이 한 구석을 채우고 있었을 것 같다.
<소울메이트>가 전하는 말은 '운명적인 사랑을 찾아라, 그리고 사랑해라' 그 이상이다.

하지만 수경은 다른 선택을 한다. 무작정 운명일지도 모르는 남자를 따라 미국으로 가 버리는 대신 이곳에 남아 자신의 인생을 돌아보고 새로운 길을 모색하는 선택을 한다. 유진으로부터 도망가는 대신 이곳에 남아 유진과 마주 보고 어색하나마 웃을 수 있는 선택을 한다. 그리고 동욱은 그 선택을 받아들이고 떠난다. '운명'이라는 녀석에 대한 확신으로.

그래서 내게는 그 마음이 훨씬 성숙하고 견고해 보였다 그리고 예뻤다.
<소울메이트>가 하려는 말은 '운명(또는 운명적인 사랑)을 믿는다면, 그 운명을 만난다면, 그 때 우리의 운명에 대처하는 자세'였다.
**사족 :

<소울메이트>가 가진 미덕 중 하나는 제목은 <소울메이트>지만 '소울메이트'라는 딱지가 붙지 않은 마음들도 무시하거나 가볍게 다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운명은 아닐지 모르지만 유진의 마음은 진심이었고 작업의 고수인 민애의 작업으로 시작한 만남이었지만 서로를 이해하고 기다리는 민애와 료헤이의 관계도 마음으로 만나는 관계가 되기 시작한다.
사랑은, 소울메이트와의 관계일 때만 가치가 있는 것도, 쌍방향소통일 때만 의미가 있는 것도 아니다.
<두근 두근 체인지>, <안녕, 프란체스카>에 이어 <소울메이트>에서도 절대 실망시키지 않는 노도철 피디와 좋은 대본 뿐 아니라 탁월한 음악까지 선사해 준 조진국 작가에게 감사의 박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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