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zy/바보 상자에 말 걸기

<Gilmore Girls>로리, 이제 너 같다! Rory, now, that's so YOU!

알 수 없는 사용자 2009. 10. 18. 02:09

[프렌즈]도, [SATC]도..[위기의 주부들]도 아니다. 내가 [CSI:LV]와 함께 가장 좋아하는 미국 TV시리즈는 <길모어 걸스>다. 지난 1월에도 이 블로그에 <길모어 걸스>에 대해 쓰면서 곧 다시 쓸 것을 예고했는데...이런...벌써 7개월이 지나가 버렸다.  

계속 미루고 미루다가...드디어 오늘 온스타일을 통해 여섯 번째 시즌의 아홉번째 에피소드 "The Prodigal Daughter Returns"를 보고, 오늘은 꼭, 로리에 대해 써야겠다는 생각에 손가락이 간질거렸다. 인터넷의 발달로 IMDB를 통해 로리와 로렐라이 관계가 확 달라지고 로렐라이와 루크 관계에도 급발전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어서 오래 기다려온 시즌6는 그 기다림과 설렘에 비하면 좀 실망스러웠다. 지난 번 글에서도 밝혔듯이 속을 썩이는 로리를 통해 로리-로렐라이 관계 뿐 아니라 에밀리-로렐라이 관계(또는, 최소한 자신과 로리와의 관계를 통해 에밀리에 대해 생각해 보는 로렐라이)도 흥미진진해질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었는데 6개의 에피소드가 진행되는 동안 사건은 계속 일어났지만 전체적으로는 제자리걸음인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오늘 로리가 돌아왔다. 물론, 내가 기대했던 종류의 흥미진진함은 포기해야겠지만 지지부진할 바에야 다른 종류의 재미를 선사 받는 게 나을 것 아닌가. (사실, 변화에 대한 예감은 오래간만에 변화된 모습으로 나타난 제스가 출연한 여덟 번째 에피소드 "Let Me Hear Your Balalaikas Ringing Out"이 그 시초가 되기는 했다.) 

 

그럼, 먼저 로리의 비행부터 얘기하도록 하겠다. 내가 '오~예!'를 외치며 본 장면은, 에밀리와 리처드가 자기들의 방식으로 로리를 사교계에 소개하기 위한 파티를 열어서 난다 긴다하는 집안의 아들들만 초대한 에피소드에 있다. 로렐라이는 에밀리에게 '원하지도 않는 로리를 에밀리의 방식으로 가두려 하지 말라'며 화를 낸다. 로리는 거절도 하지 못하고 그 자리를 괴롭게 보낼 거라면서. 하지만 로렐라이가 창밖으로 지켜 본 로리는 잘 빠진 고급차에서 턱시도를 입은 '꽤 노는 부잣집 자제들'이자 자신의 학교 친구들인 남학생들에게 둘러싸인채 내린다. 매우 즐거워하며. 그 모습을 지켜 보는 로렐라이의 눈빛을 보며 속으로 생각했다. '이제 시작이구나!'  

 

Lorelai는 자신과 Rory와의 관계를 매우 바람직하고 행복한 관계로 여겼다. 자신은 언제나 Rory가 원하는 것을 잘 알고 있으며 Rory와 자신은 잘 통할 거라는 확신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Rory가 전혀 즐겁지 않게 시간을 보낼 거라고 확신한 파티에서 매우 즐거워하며 돌아왔다. 사실, Rory가 유부남이 된 Dean과 사고를 칠 때부터 두 사람은 삐걱거렸지만 창밖으로 Rory를 지켜보는 그 순간의 Lorelai야말로 '쟤가 내가 아는 애 맞아.'하는 눈빛을 가지고 있었다.  

 

그 순간 내 예상은, Lorelai가 Rory의 변화와 자신과의 어긋남을 통해 그것이 어쩌면 (아무리 좋은 관계를 가지고 있어도) 모녀 혹은 가족 관계에서 필연적인 일임을 받아 들이고 그것을 계기로 Emily가 Lorelai 자신에 대해 얼마나 외로움을 많이 느낄지 뒤돌아 보게 될 것이라는 스토리를 만들어 내고 있었다. 그렇다고 해서 그저 그런 가족 영화에서 반성하는 뻔한 모녀관계를 Lorelai-Emily 사이에서 볼 것을 기대한 것은 아니다. [Gilmore Girls]다운 방식으로, Lorelai가 Emily에게 가진 애증관계를 '등돌림'으로 표현하는 것에서 '약간의 관심'으로 바꾸지 않을까 기대했다. 또, 그 와중에 Rory가 방황을 발전의 기회로 바꿔서 보다 진취적이고 자유로운 삶의 방향을 찾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시즌5에서 6의 전반부로 이어지는 Rory의 방황은 방황 자체와 Lorelai와의 갈등, 그 속에서 발전하는 Lorelai와 Luke와의 관계는 흥미진진했으나 도대체, Emily-Lorelai-Rory로 이어지는 이중 모녀 관계에서 각자 자신의 모녀관계에 대한 자성이나 새로운 관계 정립이 보이지 않아서 Rory의 방황은 그저 지지부진해 보였고 Lorelai의 슬픔은 속수무책 수수방관 같아 보여서 오히려 Luke와의 관계가 그저 슬픔 방지용이 아닌지 의심이 될 정도였다. 하나, 건진 게 있다면 Emily-Rory의 관계 속에서의 갈등이랄까.  

 

하지만...오늘 본 Rory는 정말, 이 글의 제목처럼 'Now, That's So You!'였다. Logan 아버지의 한 마디에 느꼈던 좌절감을 버리고 스튜어트 편집장을 찾아가 보여 준 모습은 지금까지 칠튼고등학교에서, 예일의 학보사에서 만난 Rory가 21살에 보여 줄 수 있는 바로 그 모습이었다. 

 

사실, 오늘 에피소드9의 마지막 장면은 내가 생각하는 바람직한 모습은 아니다. Rory가 돌아오고 Lorelai와 포옹하는 것은 언제나 환영이지만, 난 두 사람이 이 방황의 끝에서 변화를 담담하게 받아들이면서 성장하는 것을 보고 싶었다. Rory는 이제 StarsHollow의 신동이 아니다. 예일에서, 신문사에서, 또, 엄마가 잘 모르는 Logan과 함께, 엄마와 공유하지 않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 Rory는 Starshollow를 벗어난 세상을 만났고 Lorelai 역시 전보다 Rory와 공유하는 시간과 정신이 줄고 있다. 그렇다면 이런, Rory의 방황이라는 성장통을 끝낸 후 마냥 달려와서 포옹하고 전과 똑같아지기보다 뭔가 이해하고 성장하는 모습이 필요하다. GG는 이해와 성장과정 없이 방황과 외로움만 나열하다가 두 사람을 포옹시켜 버렸다.  

그래도, Lorelai가 Emily에게 던지는 'You didn't lose me'라는 대사가 살짝 흐뭇했다. 역시 Lorelai-Emily의 관계는 '미움'보다는 '애증'이었다. ^^ 

 

오늘 본 'Rory의 귀환'이 마음에 들었음에도 WB가 <길모어 걸스>를 너무 끌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Luke의 존재를 몰랐던 딸이 나타나고 Christopher가 다시 전화를 하는 등 이야기를 베베꼬고 있다. 유종의 미를 거두기 위해서는 시즌6에서 끝냈어야 했는데 말이다. (사실...시즌6에서 끝낼 생각이었으면 Rory의 방황 여정을 그런 식으로 만들지도 않았겠지..-.-;;)  

그리고 하나 더, Rory가 더더더더더욱 'So Rory'하는 길은...Logan과 헤어지고 Jess를 만나는 거다..GG에 출연한 어떤 남자 배우를 데려다 놓아도 Jess만큼 Rory와 잘 맞는 짝은 없다. 더구나 Jess는 이제 make-over까지 했는데...(나처럼 간간이 나타나는 Jess를 기다리시는 분은..시즌6의 18번째 에피소드를 기다리시라.....) 또, Lorelai에게 Christopher라니...안 된다...Luke-Lorelai 라인을 포기할 수 없다.  

 

지금까지는, '다음 시즌은 얼마나 더 흥미진진할까'가 GG에 대한 내 관심사였다면 이제부터는 '대체 시리즈를 얼마나 안 망치고 무사히 마칠까'가 관심사가 되어 버렸다니.. 슬프다. 그래도 여전히 지금까지의 내공을 믿으며 기대의 끈은 놓지 말아야지.  

 

 

 

**PS. 시즌6에서 드디어, Lane과 Zach이 결혼한다. 19번째 에피소드. 아무래도 한국인 Lane의 결혼식이니..한국에 대한 얘기가 꽤 많이 나올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