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zy/바보 상자에 말 걸기

[일드]사무라이 하이스쿨(サムライーハイスクール)

알 수 없는 사용자 2009. 12. 21. 22:10
제목 : 사무라이 하이스쿨
방영 : NTV 2009. 10. 17~12. 12 (토요일 9:00)
출연 : 미우라 하루마, 시로타 유우, , 미무라
  작년 이맘때, 1회부터 마지막회까지 쉬지도 않고 달린 '08년 4분기의 <블러디 먼데이>. 그 드라마를 통해 키치세 미치코, 나리미야 히로키, 사토 타케루미우라 하루마 등 몰랐던 배우를 여럿 발견하게 됐고 그들의 이름이 요즘 나의 일드 선택에 영향을 주고 있다.
  <사무라이 하이스쿨>은 학원물에 대한 불신으로 반신반의하면서도 순전히 미우라 하루마라는 배우에 대한 믿음(?)으
로 다운 받은 드라마다.


  결론부터 말하면, 강추 목록에 올릴 만한 것은 아니지만 재미있다. 학원물에다가 만화 같은 설정의 판타지까지 섞여있어서 다소 유치하고 좀 과장된 상황들이 튀어나오며 간혹 손발이 오그라들게 하는 대사들이 나오기는 하지만 장르적인 특성을 인정하고 볼 수 있다면 일단 볼 만하다.

 
모치즈키 고타로(미우라 하루마)는 본인의 말을 빌리자면, 학습 능력도 없고, 체력도 없고 돈도 없는, 별 볼일 없는 고3 학생이다. 한 가지 특별한 점이 있다면 400년 전 조상 중에 똑같은 이름을 가진 사무라이가 있었다는 것뿐. 그런 고타로의 몸에 조상 고타로의 영혼이 찾아들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문제는 사무라이의 영혼과 고타로의 영혼이 잘 융화되어 지내는 게 아니라 의지와 상관없이 사무라이의 영혼이 문득문득 찾아와 제 마음대로 고타로의 신체를 움직인다는 것이다. 그 순간의 고타로는 허허실실 뭐든지 웃음으로 넘어가고 문제를 피해가기만 하는 평상시의 모습과 달리 불의를 참지 못하고 정면 승부하는 전국 시대 무사의 모습이 된다.
 

비실비실한 고타로 vs. 무사 고타로


  <블러디 먼데이>를 볼 때도 '어린 녀석이 연기 좀 하는구나' 싶었던 미우라 하루마는 비실비실한 고타로와 의기 넘치는 사무라이 고타로 공을 넘나드는 1인2역을 훌륭하게 해냈다. 분장의 힘을 빌리기는 했겠지만 표정이나 자세 등도 다른 사람으로 보일 만큼 잘 표현했다.
 또
한, 시노노메 역사 문고 도서관의 정체를 알 수 없는 사서(?) 역할의 미무라 역시 <제니게바>에서와는 완전히 다른 모습의, 엽기녀 역할을 너무 잘 소화해서 못 알아볼 뻔했다.

   
 
  여러 가지 사건 사고를 겪으며 고타로는 자의식이 살아있을 때도 그 동안의 허허실실 넘어 가는 자세와 다른 모습으로 변해 간다.  패배의식을 가지고  알아서 굽히는 어른 따위는 되고 싶지 않다거나 자신과 직접 관계가 없는 일에도 도움을 주거나 해결하려고 나서게 된다.

   400년 만에 나타난 고타로 공은 자신의 후손인 고타로에게
뭔가에 전념하지도 않고 흐름대로 그저 흘러가는 것뿐인 인생을 살고 있다며 일침을 가하고 살아간다는 것은 항상 진지하게 맞서는 것이라고 말한다. 이말은 고타로뿐 아니라 고타로를 비롯한 많은 현재의 젊은이들에 대한 충고 내지는 격려가 아닐까.

못 알아볼 뻔 한 미무라

  마치 프로그램이라도 된 것처럼, 자신이 정말 원하고 있는지는 생각해 보지도 않고 입시를 향해 달려가는 10대, 꿈 같은 것은 아직 어른이 되지 못한 사람이나 갖는 것으로 여기고 입시에 뛰어들 때와 마찬가지의 마인드로 취직을 향해 달려가는 20대, 설사 원하고 바라는 것이 있어도 전력질주하는 태도로 뛰어 드는 경우는 쉽게 찾아 볼 수 없다. 게다가 무사안일의 태도로 주변과 사회를 대하는 지금의 청춘들 말이다.

  나도 물론 이런 모습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지만 돈 많이 버는 사장님이 꿈이라는 초등학생과 공무원이 제일이라는 중고등학생의 인터뷰 그리고 그런 모습을 철들었다고 생각하는 부모의 모습을 보면서 내가 10대였던 시절보다
어떤 면에서 더욱 후퇴하고 있다고 생각해서인지 고타로 공의 말을 신파로만 흘려 들을 수 없었다. 

 그리고 생각했다. 나는 과연 진지하게 맞서고 있는가. 어느새 '어른이라면...'이라는 생각 속에서 그냥 흘러가는 대로 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모든 일을 뒷짐지고 보고만 있는 것은 아닐까.    

   이야기가 끝난 후의 고타로가 좀 더 패기 있는 모습이 되기를 기대하는 만큼 좀 늙은 청춘이기는 하지만 나도 좀 더 청춘답게 무장해야 하는 것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