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2005년 6월 18일에 써 놓은 것입니다.
'왜 하필 삼순이?'라는 주변 사람들의 질문에 현진헌은 계속 강조한다... 삼순이는 자기 주제를 아는 여자라고. 비록 거짓 연애에 대한 변(辯)이기는 하지만 계속 강조한다는 건 또, 삼순이에게조차 그렇게 말했다는 건 진헌이 정말 그걸 삼순이의 미덕이라고 생각하고 있다는 거다.
물론 자기 주제를 안다는 건 미덕이다.
하지만 때론 꿈이 큰 사람이나 반골 기질이 있는 사람에 대한 폄하 내지는 비하 발언이 될 수도 있다.
게다가, 자칭 '여관업'을 하는, 그것도 크게 하는 어머니의 하나 남은 아들인데다가 잘생기기 까지 했고, 사방 팔방에서 덤벼드는-채리의 말을 빌자면 엎어진 여자가 한 둘이 아니라는데- 여자들을 그다지 달가워하지 않는 진헌이 강조하는 사항이다 보니 곱씹으면 곱씹을수록 딴지를 걸고 싶어진다.
삼순이가 자기 주제를 아는 여자라는 건 남들에게 소개하는 '애인'으로서의 미덕일뿐 아니라 '계약연애'를 하기에 알맞은 조건으로서의 미덕이기도 하다는 것은 결국, 삼순이가 주제 넘게 이번 계약을 계기로 자신과 엮여 보려 하지는 않을 것 같다는 것 아닌가? 또 동시에 지금까지 자신을 넘보던 여자들을 보는 시각에 그런 생각이 다소 섞여 있었다는 것 아닐까? '제 주제에 나를 넘봐?' 하는.
즉, 이 드라마가 아무리 대한민국 '삼순이'들에게 힘 주는 드라마라해도 그 바탕에는 여전히 '현진헌'이 상징하는 대상을 뚱뚱하고, 나이 많고, 안 예쁘고, 안 귀엽고, 안 섹시하고 돈도 없고, 한국 학벌이 안 좋은 '삼순이'들이 침흘릴 때 '주제 넘은 짓'이 된다는 생각이 암암리에 포함되어 있는 거 아닐까.
하긴 현진헌이 한 싸가지 한다는 것을 생각하면 인물 설정 상 그런 생각을 충분히 하고도 남았을 것 같기는 하다. 게다가 못 잊고 있는 연인이 똑똑하고 예쁘고 착하고.....등등등인데..
물론,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또 나름대로 딴지거리는 아니다.
단지, 삼순이가 자신의 현실적인 현재 처지와 상황을 객관적으로 '제대로' 파악하고 있다는 의미일 수도 있다.
버뜨...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찝찝하다...우리 사회에 '제도화'되진 않았어도 계급이 존재한다는 걸 모를 만큼 순진한 것도 아니면서 이 드라마에서조차 '계급 간의 주제와 분수 찾기'를 강조하는 것 같아서.
계속해서 삼순이의 '주제의 미덕'이 강조되는지, 진헌이 '주제' 운운한 자신을 반성할 기미가 보이는지가 차이를 만들겠지.
** 생각해 보니 삼순이..
뚱뚱하다 : 씨...대한민국 표준몸매라고 생각한다...
나이 많다 : 그 정도가 뭐가 많냐...어리지 않을 뿐이지
학벌 낮다 : 대한민국 학벌은 그렇겠지만 외국 나가서 전문가 돼서 왔는데...
쩝...그렇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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